독후감이라기 보다는 기억나는 구절들을 메모해 둔 것을 다시 적어서 옮깁니다.
도올 김용옥의 동학 경전인 동경대전 강의이다. 최근에 어떤 소중한 판본을 입수하면서...
기존에 그사 썼던 책을 증보했다. 1권은 경전의 일부인 대선생주문집... 즉 창시자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해설과 저자의 주장이 펼쳐져 있다.
서양의 이성주의 및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파라다임으로서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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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 종교를 창시한 사람으로서 종교를 거부한, 이 지구역사에서 유일한 신인간이라 해야 할 것이다.
수운은 해월의 지식을 보지 않았다. 수운은 해월의 우주적 통찰과 순결한 인품을 공감하였다.
p28: 전봉준은 동학을 개인신앙의 체계로서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사회개혁을 지향하는 운동철학으로서 수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p30: 해월은 피체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음의 시기를 명예롭게 선택한 것이다. 더 이상 자연수명을 유지시킨다는 것이 무의미했기 때문에 중요한 후계자들을 다 피신시키고 결박을 선택했다. 소크라테스도 최수운도 해월도 모두 죽음을 삶 속에서 실현했다.
p33: 자신이 깨달은 무극대도는 결국 자기의 육신 하나가 잘몬된다 하더라도 온 세상, 온 누리에 펼쳐지고야 말리라는 확고한 신념을 표현하고 있다.
p34: 대오 이후부처 일어난 평범한 삶의 일상적 진실과 그 과정의 실상, 그 느낌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썼다. 복음서는 예수가 쓴 것이 아니라, 초대교회 지식인들이 교회조직의 단합을 유지하기 위하여 각색해낸 선포의 내용이다.
p43: 동경대전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수운이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밝힌 논문들이며, ... 동학의 요체이며 무극대도의 본원이며, 수운이 이 세상에 경전의 권위를 지닌 인쇄본으로 남기려 했던 것이다.
p46: 해월 선생님은 수운선생님의 말씀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는 일이 없었지요. 오로지 수운 선생님의 뜻을 이 땅에 펼치겠다는 그 목적 하나에만 정진했습니다. 그의 순결한 충성심 하나 때문에 동학이 만들어진 것이죠.
동학은 철학도 논리도 아니다. 동학은 철학이 아닌 느낌이요, 논리가 아닌 우리 혈관 속의 움틈 (creative advance)이다.
p64: 시이니 조지훈의 한국사상의 근거: 최제우는 한국사상사에 있어서 최대의 인물이라 할 것이니, 그 사상은 이 민족정신 문화 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주체를 발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민족을 위한 바른 이상의 싹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 현실에 직접 연결된 살아 있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학의 연구는 현대 한구사상연구에 가장 즁요한 과제가 된다.
p73: 도원기서가 매타복음이라고 한다면 대선생주문집은 마가복음에 해당된다.
p76: 모든 인간 존재가 곧바로 하느님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인간평등은 궁극적으로 달성될 수 없다.
p87: 수운은 자신의 이념적 아이덴티티를 아버지 최옥에게서보다 7대조 할아버지 최진립에게서 발견하고 있다. 외세의 압력에 정의롭게 항변하는 혁명적 사유가 없는 사람들은, 동학에 접근할 길이 없다. 조선왕조의 아이덴티티, 즉 국가의 정체성은 바로 이러한 도덕성의 추구에 있다.
p90: 제각기 이치가 있는 범용한 술수들을 다 섭렵해 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결국 사람을 속이고 세상을 오도하는 이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p106 동학의 제1의 원리는 인간의 자율성이요, 인간이라는 존재 내에 이미 모든 천지의 조화가 구비되어 있다는 사상이다. 서학은 기도의 가르침이다. 기도는 자율의 세계가 아니라 타율의 세계요, 의타적 구원을 회구하는 것이다.
p110 기도란 어떤 내면의 소망을 비는 것이다. 그 소망을 성취시켜주는 외재적 타자다 설정되었을때, 기도의 행위는 리얼한 방향성을 갖는다. 사실 오직 유교만이 기도를 배제하는 종교라 말할 수 있다. 기됵교하는 교리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서양 열강의 정치세력과 밀착되어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상황이 기실 알고보면 기독교에 있다. 모든 정치적 fanaticism, 극렬한 우파적 성향, 서구문명에 대한 굴종, 미국에 대한 비열한 의존심, 신화적 사유에 대한 맹종, 합리적 삶의 분실, 초월적 허구에로의 귀순, 과학적 사유를 관철하지 못하는 허약성, .... 이 모든 병폐가 알고보면 기독교라는 외래적 정신토양과 관련되어 있다.
p140 결국 하느님과의 해후는 하느님과의 불소통으로 이어지고, 결국 하느님과의 단절로 결판이 난다. 즉 하느님은 인간의 선악과 무관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경지에 따라 상대적인 생성적 존재로서 나타난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예수가 돌을 떡으로 만들고 성전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조화를 했하였다면, 예수는 결코 인간을 구원하는 메시아가 아니라, 써커스나 따라다니는 마술사가 되었을 것이다. 수운도 상제의 조화를 끝까지 거부헸다. 이것은 곧 대상화되어 있던 존재자로서의 상제가 나 존재의 심층으로 내면화 되어간 과정을 말해주고 있다.
p141 하느님을 진정으로 시(볼시)한다고 하는 것은 한님의 모든 덕성이 나의 내면으로 육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존재자로서의 하느님을 죽이는 과정인 것이다. 한님의 존재는 사라지고 님화된 풀요로운 느낌이 나의 존재 전체에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조는 생이고, 화는 사다. 삶은 죽음떼문에 있는 것이고 죽음은 삶때문에 있는 것이다.
p147 포덕이라는 말에는 신앙을 강요한다든가 믿음을 전파한다든가 하는 종교적 초교의 의미가 없다. 덕을 펼친다는 의미밖에 없기 때문에 타율적인 맥락이 없다.
p187 자신의 이적행위를 가르침 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모든 기적은 상식의 범주 내에 있어야만 했다.
p240 동학이 민중에 급속도로 퍼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백년 유학의 훈도를 거친 도덕적 민중에게 아주 일상적이고 상식적이고 도덕적이며 동시에 치료적인 복음을 제공했기 때문인 것이다.
p245 부활은 삶에 대한 확신이다.
p252 한 역사학계의 새로운 문제의식은 실학이라는 개념을 해체시키고, 어태까지 실학이라는 규합개념이 담당해왔던 자리의 공동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재구성이란 필연적으로 거대한 하나의 개념을 설정하기 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개별사상가의 사상맥락에 즉하여 갈래갈래 이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진보라는 역사의 관념이 인류사를 통하여 지속된 어떤 그랜드한 관념이 아니라 19세기 서구라파 사회의 막연한 낙관주의에서 발생한 일시적 픽션에 불과한 것이란 사실을 전제로 해서 엄밀하게 문제를 검토한다면, 진보 그 자체가 해체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p253 동학의 개벽 이론은 역사를 목적론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면서도 역사의 의미를 얼마든지 부여할 수 있으며, 미래지향적인 역사의 구심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예시하는 것이다. 개벽이론에 있어서 근대라는 개념의 단계적 설정은 전혀 무의미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동학을 서구적 근대의 기점으로 파악하는 어떠한 논의에도 근원적으로 동의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p254 서구역사가 추구해온 근대적 인간은 한마디로 이성적 인간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이성이란, 먼저 신과 인간의 대립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신본위적인 중세기적 계시에 대하여 인본위적 특질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과 인간의 대립은 근원적으로 조선역사에서 설 자리가 없는 픽션에 불과한 것이다. 서구역사가 추구한 이성성이라는 것은 배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성적이지 않은 모든 사태에 대한 배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 근대는 비이성적 세계의 감금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서구적 이성이 인간의 기능 중에서 감정과 대립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나는 사실을 지적할 수가 있다. 서구적 이성은 라티오라는 인간에게 본구되어 있는 수학적 계산 능력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것은 전적으로 양적이며, 질적인 사태의 배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서구적 이성은 희랍인의 누우스nous로부터 전승되어 내려온 것이며, 선천성을 그 틱질로 삼으며 후천성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서구적 이성은 연역적이며, 귀납적인 것에 대립하며, 토롤로지의 관념성과 영원성을 확보하는 한에 있어서만 존립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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