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저)

COCl2 2022. 11. 27. 10:51

표면적으로는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를 들춰내서 노땅들이 향수에 젖게 하는 내용같다.. 아니 실제로 초반부는 그렇다 (곳속에 등장하는 그 시대를 살아봐야만 아는 단어들... 무릎과 무릎사이..소제목들은 당시의 인기 유행가 제목들..). 하지만 뒤로 가면 주제가 나온다. 나도 계속 생각해 오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확실한 답이 오지 않는 주제... 바로 '비경쟁의 사회'다.

 

인류의 역사 이래로 경쟁은 필연적이었다. 그 양상은 아마도 산업혁명, 자본주의와 함께 더 가속되었을 것이다. 그 끝은 어디인가? 물론 경쟁을 멈출 수 없다. 나 혼자 유유자적하다가는 어디선가 나를 털어 먹으러 공격해 오는 자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탈경쟁을 하자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하지만 이런 끝없는 경쟁에 휩쓸려만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처음에는 무슨 어려운 환경이라도 꿈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하라는 내용일까 걱정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공을 잡으러 가다가 들꽃이 예뻐서 포기한 모습... 내가 고3때 모의고사 문제를 풀다가 지문으로 나온 교과서 외 시가 아름다워서 감상하고 싶던 생각이 난다. 물론 나는 크게 혼났고.. 그 시가 전혀 기억이 안난다. 이혼을 한 주인공은 하염없이 산책을 하고 하늘을 본다... 나와도 너무나 겹쳐 보이는 모습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이혼한 전처에게 더 많은 돈을 가져다 주고.. 그리고 다시 재혼하는 쉽지 않은 예사롭지 않은 일을 이뤄낸다. 프로 올스타 팀과의 경기... 상대팀으로서는 장난 하냐?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주제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어려움을 어찌어찌 극복하고 역전승을 이룬 것보다 더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마지막 페이지에 나타난 것 처럼.. 비경쟁주의에 대해서 답은 없지만 최소한 내가 뭐를 하고 사는지 들여다 보면서 나의 노동을 착취를 당하면서 속고 살지만은 말자는 메시지는 기억할 만 하다.

 

=================

p77 슬기로운데다 신념과 긍지를 지님은 물론, 근면하기까지 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제 아마추어로 분류된 과거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으로 아마와 프로 사이의 38선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결론은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는 것..... 이젠 프로만이 살아남는다. ..난, 프로라구요...프로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 하루빨리 프로가 되게...이러고도 프로라고 할 수 있나? 프로는 끝까지 책임진다.... 프로주부9단..  (70년대 새마을 운동에 이은... 알게 모르게..또 하나의 국민들의 노동을 밀어 붙이는 프로파간다가 된 '프로'..나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p80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야구보다 위대하지 못하다. 정치와는 달리, 야구에는 원칙과 룰이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p127 평범하게 살면 치욕을 겪고, 꽤 노력을 해도 부끄럽긴 마찬가지고, 무진장, 눈코 뜰새 없이 노력해봐야 할 만큼 한 거고, 지랄에 가까운 노력으 해야 '좀 하는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꽤 이상한 일이긴 해도 원래 프로의 세계는 이런 것이라고 하니까. 결국 문제는 '평범'의 기준에 관한 것이다. 과연 어던 것이 평범인가? 하나로 꽉 묶어주는 새로운 용어 하나를 만들어낸다. 중산층

 

p139 원서를 쓰면서, 나는 교육의 목표 역시 '소속'을 가리는데 있었다는 중요한 비밀을 알게되었다. 똥배짱이 아닌 이상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했다간 큰일이 나는 것이다. 눈치를 깎다면 당연히 타고난 저마다의 '소속'부터 개발해야 한다. 참, 계발이었지!

 

p160 망연자실, '락엔롤'을 부르던 로버트 플랜트가 마이크를 놓았고, 지미 페이지와 존폴존스가 연주를 멈추고, 오로지 존본햄만이 있는 힘을 다해 드럼을 두드리고 있었다. .. 물론 옷을 올리며 손이 스폈던 그 근처에 말로만 듣던 질과 클리토리스, 소음순 같은 것이 당연히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p199 인생은 결국, 결코 잘 하리라는 보장도 없이 거듭 버틸 수 있는데까지 버티다가 몇가지의 간단한 항목으로 요약되고 정리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그래서 아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 실은 그래서 기적이다.

 

p203 세상은 수없이 많은 소속 안에서, 또 다시 여러 개의 계급으로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p223 평생직원은 존재해도 평생직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단 한차례의 지각도 결근도 한 적이 없다. 뒤집어 본다면, 가정에 대해선 언제나 지각이나 결근을 했다는 말이 된다. (가장 충격을 준 문장이 아닐까.. )

 

p243 전부가 속았던 거야.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구호는 사실 '어린이에겐 경쟁을! 젊은이에겐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돼.  이제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야. 바로 프로지!

 

p246 하면 된다. 새마을 운동 같은 지령을 통해 이미 모두가 지칠 만큼 지쳐 있던 상태였으니까. 중앙정보부에서는 프로의 세계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 작업을 성공리에 끝마친 상태였어.

 

p253 착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행해진게 아니었어. 실제의 착취는 당당한 모습으로, 프라이드를 키워주며,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며, 요란한 박수 소리 속에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형이상학적으로 이뤄지고 있엇던 거야.

 

p264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앗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p302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 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